지리산(智異山) 종주/1박 2일
2012. 6. 14(목) ~ 15(금)
□ 성삼재 → 세석(1박) → 천왕봉 → 중산리
□ 수원역 - 구례구역(무박)
22:45 용산을 출발한 여수 행 무궁화호 열차는 구례구역에 03:07에 도착하였다.
구례구역은 행정구역이 순천에 속하지만, 다리 하나를 건너면 구례이다. 그래서 이름이 구래구(求禮口)이다.
동이 트려면 아직도 먼데 역전 다리입구 버스정거장에는 성삼재행 버스가 이미 대기중이었다.
성산재까지 5,000원, 화엄사입구까지는 2,500원을 받는다.
버스시간표에는 03:30 출발이었으나, 역에서 나오는 손님이 더 없음을 확인하고 03:20에 출발하였다.
10여분을 달려 03:30 구례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잠시 대기하였다가 03:50 성삼재로 출발한다.
버스에서 눈을 붙이거나, 터미널 앞 식당에서 해장국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 2012. 6. 14(목) (성삼재 → 세석)
04:20 성삼재에 내린 등산객은 20여명.
분주히 산행 준비를 갖춘다. 동쪽 하늘에 떠오른 음력 4월 25일의 새벽그믐달은 한없이 외롭다.
여명을 벗하여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새벽은 이내 랜턴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밝아 왔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했을 때는 일출(05:15)을 앞둔 시간이라 이미 밝아 있었다.
대피소 취사장에는 구례구역에서 택시(10,000원/인)로 바로 올라온 등산객들이 이미 조반을 마치는 중이었다.
우리도 간단한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였다.
성삼재(04:30출발) - (2.5km, 0:40 걸림/05:10 도착) 노고단(05:40) - (3.2km 1:00/06:40) 임걸령(06:50) - (1.3km 0:25/07:15)
노루목(07:20) - (1.0km 0:40/08:00) 반야봉(08:10) - (1.6km 0:35/08:45) 삼도봉(09:00) - (0.8km 0:20/09:20) 화개재(09:25) -
(1.2km 0:40/10:05) 토끼봉 - (3.0km 1:35/11:40) 연하천(점심~12:20) - (2.1km 1:10/13:30) 형제봉 - (1.5km 0:30/14:00)
벽소령(14:10) - (6.4km 3:20/18:10) 세석대피소(24.6km 13시간 40분)
2012. 6. 14 05:30 아침 요기를 하고 노고단을 출발한다.
지리산 산신할매 '老姑'를 모시던 곳이다. '노고단 운무'는 지리산 10경 중의 하나이다.
이른 아침 노고단은 출입금지, 비껴 지나왔다.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 3대 봉우리이다.
멧돼지들이 산야초의 뿌리를 파먹는 모습이 많이 목격되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어째 견강부회의 느낌이 짙다.
노고단에서 남쪽 왕시루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돼지령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피아골은 이 일대에 피밭[稷田]이 많아서 '피밭골'이 피아골으로 되었다고 한다.
조선 선조 때 이 일대를 근거지로 하여 도적질을 하던 임걸년(林傑年)이 노고단에서 쏜 화살보다 말을 더 빨리
달려왔다는 전설이 있다.
요즘 산 아래는 극심한 가뭄인데도 이 샘은 수량이 풍부하다.
반야봉 줄기의 흐름이 피아골 방향으로 가파르게 내려가던 중 이곳에서 잠시 멈춰 머리를 치켜 든 노루의
형세라고 한다. 반야봉은 노루의 몸통, 토끼봉은 그 머리에 비유하고, 이곳은 노루의 목에 해당한다는 것.
왼쪽 계단길은 반야봉으로 오르고 직진하면 삼도봉길이다.
우리는 반야봉을 오를까 말까를 고민하는 여러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반야봉으로..
분위기가 어머니 같은 후덕함을 준다. 노고단 고개에서 5.5km를 걸었다.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가 한데 모여있다.
반야봉을 뒤로 하고...
갑자기 눈 앞에 너른 공터가 전개된다.
옛날 경남의 소금 해산물들과, 전북의 삼베 산나물등을 물물거래 하던 장터였다.
2009. 6. 18 당일 산행으로 성삼재에서 올라 이곳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내려갔었다.
뱀사골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지명은 배암사라는 절에서 유래되었다기도 하고,
계곡의 물길이 뱀처럼 곡류한다 하여 뱀사골이라 부른다는 설..
또 다른 전설은, 신선대에서 기도하면 신선이 된다는 전설을 괴이하게 여긴 어느 대사가 어느날 기도하는 스님의
가사장삼에 몰래 독을 넣어 두었더니 다음날 뱀소 부근에는 용이 못된 이무기가 죽어 있었다는 것.
그때 죽어간 슬픈 스님의 넋을 위로하며 반(半)신선이라 불러주면서 동네 이름이 반선(半仙)이 되었다.
(남원향토문화백과)
토끼봉으로 오르는 돌짝 길은 무척 힘들다.
토끼봉은 토끼를 닮아서가 아니라 향이 묘방(卯方)이라는 것. 반야봉에서 정동(正東)에 위치한다. 24방위도상
정동은 묘방(卯方)에 해당한다.
10:05 연하천대피소까지 3km 남았다. 12시 전에 점심을 할 수 있겠다.
11:40 지리산 대피소들이 대부분 평탄한 곳에 있는데, 연하천대피소는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사철 물이 솟고 수량도 풍부하다. 새벽에 성삼재를 출발하면 대부분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벽소령이나 세석에서
숙박한다. 우리도 라면으로 점심하며 40분 동안 쉬었다.
지나온 명선봉이 구름에 가려 있다. 높은 지대라 순식간에 구름이 산을 덮는다.
남원, 함양, 하동 3곳의 경계지점이다. 연하천에서 150m 가까이 고도를 급하게 치고 올라가야 하는 봉우리이다.
삼각고지에서 내리막을 조금 내려서면 10여m나 되는 두 개의 형제바위가 나타난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는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그러나 바위와 고사목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곳곳에 전망 좋은 바위들이 피로를 잊게 해준다.
벽소령(푸른 碧, 저녁 宵).
옛날 지리산맥을 가로 질러 함양 마천에서 하동의 화개장으로 넘어가는 유일한 고개였다고 한다.
겹겹 산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희다 못해 푸른 빛을 띤다고 하여 '벽소한월(碧宵寒月)'이라 하였다.
벽소한월은 지리산 10경 중 제4경.
봉우리인 줄도 모르고 왔는데 덕평봉이다.
덕평봉에서 남쪽으로 뻗은 줄기
옛날 이 아래 덕평마을에서 평생 가난하고 천대받으며 살던 노인의 소원은 '죽어서라도 선비처럼 사람대접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가 죽자 그의 아들은 이곳에 무덤을 만들어, 사람들이 물을 뜰 때마다 허리를 굽히도록 해드렸다.
세석 영신봉에서 삼신봉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장엄하다.
17:20 저 영신봉을 넘어야 세석평전이다. 동행한 친구가 무척 힘들어 한다. 페이스 조절을 무시했던 것.
속도도 줄고 쉬는 간격도 짧아졌다.
17:56 영신봉을 힘들게 올랐다. 벽소령에서 5.7km 왔고 세석까지 이제 600m 남았다.
그러니 그 600m도 평소의 거리개념과는 전혀 다른 듯하다.
18:06 잔돌평전이라고도 하는 세석평전. 영신봉과 촛대봉 사이의 30여만 평에 직경 2km 가량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평원지대이다. 고도 약 1,560m.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고산평원이라고 한다. 일제 때는 일본놈들이
비행장을 만들 작정을 했었다고 한다.
18:10 세석대피소에는 식사중이거나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고도가 높을 뿐 아니라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취사가 엄청 더디다. 날씨가 추워 밖에 오래 있을 수도 없다. 침상에 오르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 ▒ ▒
□ 2012. 6. 15(금) (세석 → 천왕봉 → 중산리)
어제와 달리 천지가 온통 안개구름에 덮여 있고 바람고 거세다다. 아침이슬이 흠뻑 내려 있었다.
어제의 피로와 늦은 잠자리로 늦잠을 잤다. 촛대봉 일출을 본다고 04:30에 진동 알람을 맞춰 놨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세석(05:30) -(0.7km 0:20/05:50) 촛대봉 -(2.6km 1:00/06:50) 연하봉 -(0.8km 0:30/07:20) 장터목 - (1.7km 1:10/08:30)
천왕봉 -(2.0km 1:30/10:00) 법계사/로타리대피소(식사~11:20) -(1km 0:20/11:40) 망바위 -(1.1km 0:20/12:00) 칼바위 -
(1.3km 0:25/12:25) 중산리 -(1.6km 0:15/12:40) 주차장(계 14.8km 7시간) (총 39.4km 20시간)
중산리(12:50) → 진주(14:00)(식사 및 휴식 ~ 17:00)(17:40) → (21:50)강남터미널
05:30 세석대피소을 뒤로하고 출발한다.
구상나무들이 많다. 1990년대까지는 등산객과 야영객들의 무분별한 훼손으로 완전히 황폐화되었는데,
국립공원이 야영을 금지하고 적극적인 복원 사업을 벌였다.
점점 거세지는 바람과 안개구름에 젖어 비와 땀을 구별할 수 없다.
이곳에서 양치를 하고 물을 보충하였다. 최근 두달 이상 계속되는 극심한 가믐으로 이곳 샘도 물줄기가 많이
약해졌지만 세석의 그것보다는 낫다.
장터목 일대에는 산오이풀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었다.
예상대로 전망이 전혀 없다. 그리고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다.
5분 여를 머무르고, 법계사 로터리대피소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먹을 만큼의 수량은 못된다.
천왕봉에서 0.8km 내려왔고 법계사까지 1.2km 남았다. 중산리까지는 4.6km
로터리대피소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며 너무 오래(10:00~11:20) 머물렀다.
많이 서둘러야 12:50 진주행 버스시간에 맞출 수 있겠다.
11:55 구름다리
12:23 중산리센터로 하산,
꿈에 그리던 지리산종주를 해냈다.
산행을 마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시도한 종주산행이라 페이스를 조절하는데 미숙함이 많았다. 반야봉과 연화천 벽소령 등에서
휴식이 너무 길었고, 특히 법계사 로터리휴게소에서의 식사와 휴식시간 조절에 너무 방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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