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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과 웅진, 곰말과 곰나루

문화일보 2024-11-18[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475년 9월, 고구려군 3만이 백제의 수도 한성을 포위해 북쪽 성을 공격한 지 7일 만에 함락시키고 남쪽 성으로 옮겨 공격해오자 개로왕이 성문을 나가 도망하다가 고구려군에 잡혀서 처형됐다. 아들 문주가 두 신하와 함께 남쪽 신라로 가서 구원병 1만을 데리고 돌아왔지만, 수도 한성은 이미 파괴되고 아버지도 살해됐기에 백제의 22대 임금에 오른 후 그해 10월에 곰나루(熊津)로 수도를 옮겼다. 고구려군이 한성을 공격할 때 개로왕이 들어가 지키고 있던 남쪽 성은 지금의 몽촌토성이다. 백제가 곰나루로 수도를 옮긴 후 성은 완전히 폐허가 됐고, 얼마 후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 살면서 마을을 이뤘다. 그러고는 마을의 이름을 곰말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한자로는..

계단 오르면 건강 잡는다

열량 소모, 평지걷기의 20배동아닷컴 2024-09-30  계단 오르기는 평지 걷기와 비교해 운동 효과가 탁월하다. 이는 중력을 거슬러 위로 올라가는 특성에서 기인한다.계단을 오를 때 평지를 걷는 것 보다 약 20배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지어 계단을 내려갈 때조차 약 5배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데, 이는 몸의 하강을 늦추기 위한 근육 작용 때문이다. 계단 오르기를 포함해 인간의 이동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한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의 생리학자이자 생체역학자인 알베르토 미네티 교수는 최근 AP 통신에 계단 오르기가 짧은 시간 안에 칼로리를 많이 소모하는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명했다.“체중 1킬로그램을 수평으로 1미터 이동시키면 0.5칼로리를 소모한다. 체중 1킬로그램을 계..

☆ 등산 2024.10.01

“거짓말은 중화할 수 없다”

동아일보 2024-07-17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  거짓말을 반박하는 말이 들리면 거짓말을 또 해야 합니다. 자신의 말을 정당화하고 평판과 체면을 지키려면. 되풀이할수록 거짓말은 능숙하고 편안해집니다. 있는 것을 없다고, 없는 것을 있다고 우기면 됩니다. 집단 거짓말일수록 세상이 믿도록 계획하고 전략을 쓰고 방어합니다. 그러다가 허언(虛言), ‘실속이 없는 빈말’이 나옵니다. 말이 되지 않음을 애초에 스스로 알기에 같은 빈말을 되풀이하지는 않습니다. 조청을 겉에 바른, 속이 빈 강정처럼 순식간에 속내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빈말로 방어할 수 없음을 깨달아도 반성하고 돌이키고 싶지 않으면 작화(作話)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상상에서나 가능한 것들을 현실에서 곧 이룰 수 있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말..

한우보다 비싸진 흑염소

조선일보 만물상 2024.07.17 중국 제나라에선 종(鐘)을 만든 뒤 소의 피를 발라 틈을 메웠다.왕은 끌려가던 소가 눈물을 흘리자 “차마 볼 수가 없다”며 놔주라고 했다. 백성이 “그럼 피를 바르지 말까요” 묻자 왕은 “소 대신 양으로 바꾸라”고 했다. 양으로 소를 대신한다는 이양역지(以羊易之) 이야기다. 맹자는 왕에게 “눈물 흘리는 소만 봤지 양은 못 보셨군요. 소는 불쌍하고 양은 불쌍하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왕은 제대로 답을 못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불쌍히 여기고 그렇지 않으면 측은지심을 못 느끼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명맥을 유지했던 개고기가 개 식용 금지법 공포로 2027년부터 사라지게 된 데는 반려견 문화 확산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개고기가 사라진다고 보..

마늘 흉작

문화일보 [오후여담]  2024-05-24이철호 논설고문  19세기 쌀이 주식인 아시아에선 각기병으로 수백만 명씩 죽어 나갔다. 영국 식민지였던 스리랑카가 대표적이었다. 쌀을 찧는 편리한 증기 방앗간이 도입되면서 두드러졌다. 그 전에는 도정하지 않은 현미를 먹다가 백미를 먹는 바람에 쌀겨 속의 티아민 섭취가 부족해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100년 넘게 영문을 몰랐다. 20세기 초 네덜란드 군의관이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면서 비밀이 풀렸다. 백미를 먹고 쩔뚝거리던 닭이, 주인이 현미를 주자 멀쩡하게 걸어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자바섬 교도소를 조사한 결과도 놀라웠다. 백미를 먹은 죄수들의 각기병 발병률이 현미를 먹은 쪽보다 300배나 높았다.1911년 폴란드 화학자인 캐시미어 풍크가 쌀겨..

마지막 문자 ‘여보 사랑해’

조선일보 [만물상] 2024. 03. 22 김태훈 논설위원 마종기 시인의 대표작 ‘바람의 말’에는 사별한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병상의 남자가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이 시를 쪽지에 적어 아내 손에 쥐여 주었다.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중략)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이 되어 아내 곁에 머물겠다는 맹세를 읽은 아내는 남편을 떠나보낸 뒤 시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가 그리울 때면 늘 이 시를 읽습니다. 그러면 어디에 있다가도 내 남편은 내 옆에 다시 와 줍니다. 이 시가 내게 살아갈 힘을 줍니다.’ ▶숱한 사고 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도 ‘사랑한다’는 문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