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저것·하간 것/이것저것 107

스웨덴 할머니가 55년 고이 간직한 한국 소년의 꿈

[길] 1967년부터 5년간 학비 등 후원동아일보 2025.04.11 김도연 기자 “보내주신 6월 회비 4400원 정말 잘 받았읍니다. 머나먼 스웨덴 나라에서 보내주신 회비를 가지고 저의 학비와 교복을 샀읍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양친(養親)님 자랑도 합니다. …(중략)… 양친님. 우리 한국은 지금 무더운 여름철입니다. 다음 편지 낼 때까지 안녕하기를 빌면서 이만 씁니다.”(1969년 6월 30일) 영미권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작년 8월 이 같은 내용이 적힌 편지가 올라왔다. 사용자들은 영어를 쓰는데 편지 내용은 한글이었다. 이 편지 글쓴이는 “스웨덴 북부에 사는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편지가 발견됐다. 번역을 도와달라”고 했다. 할머니가 55년간 고이 간직했..

'3대 보행 근육' 운동

조선일보 2025. 03. 07김철중 기자 근육 전문가들은 장요근, 대퇴사두근, 하퇴삼두근을 걸음걸이를 활기차게 만드는 3대 보행 근육으로 꼽는다. 장요근은 척추에서 골반을 거쳐 넓적다리까지 길게 사선으로 뻗은 근육으로, 허벅지를 위로 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 근육이 약해지면 걸을 때 다리를 올리는 각도가 낮아져 보폭을 크게 늘릴 수 없다. 나이 들어서 잔걸음으로만 걷는 원인이 된다. 고령기일수록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장요근 운동이 필요하다. 대퇴사두근은 하체에서 가장 큰 근육으로 허벅지 앞에 놓여 있다. 발과 다리를 앞으로 힘차게 차고 나가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대퇴사두근이 약해지면 보행 속도가 줄어든다. 나이 들어도 활기차게 걸어 나가려면 스쾃 운동과 같은 대퇴사두근 강화 운동이 필요하다. 하..

몽촌과 웅진, 곰말과 곰나루

문화일보 2024-11-18[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475년 9월, 고구려군 3만이 백제의 수도 한성을 포위해 북쪽 성을 공격한 지 7일 만에 함락시키고 남쪽 성으로 옮겨 공격해오자 개로왕이 성문을 나가 도망하다가 고구려군에 잡혀서 처형됐다. 아들 문주가 두 신하와 함께 남쪽 신라로 가서 구원병 1만을 데리고 돌아왔지만, 수도 한성은 이미 파괴되고 아버지도 살해됐기에 백제의 22대 임금에 오른 후 그해 10월에 곰나루(熊津)로 수도를 옮겼다. 고구려군이 한성을 공격할 때 개로왕이 들어가 지키고 있던 남쪽 성은 지금의 몽촌토성이다. 백제가 곰나루로 수도를 옮긴 후 성은 완전히 폐허가 됐고, 얼마 후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 살면서 마을을 이뤘다. 그러고는 마을의 이름을 곰말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한자로는..

“거짓말은 중화할 수 없다”

동아일보 2024-07-17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  거짓말을 반박하는 말이 들리면 거짓말을 또 해야 합니다. 자신의 말을 정당화하고 평판과 체면을 지키려면. 되풀이할수록 거짓말은 능숙하고 편안해집니다. 있는 것을 없다고, 없는 것을 있다고 우기면 됩니다. 집단 거짓말일수록 세상이 믿도록 계획하고 전략을 쓰고 방어합니다. 그러다가 허언(虛言), ‘실속이 없는 빈말’이 나옵니다. 말이 되지 않음을 애초에 스스로 알기에 같은 빈말을 되풀이하지는 않습니다. 조청을 겉에 바른, 속이 빈 강정처럼 순식간에 속내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빈말로 방어할 수 없음을 깨달아도 반성하고 돌이키고 싶지 않으면 작화(作話)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상상에서나 가능한 것들을 현실에서 곧 이룰 수 있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말..

한우보다 비싸진 흑염소

조선일보 만물상 2024.07.17 중국 제나라에선 종(鐘)을 만든 뒤 소의 피를 발라 틈을 메웠다.왕은 끌려가던 소가 눈물을 흘리자 “차마 볼 수가 없다”며 놔주라고 했다. 백성이 “그럼 피를 바르지 말까요” 묻자 왕은 “소 대신 양으로 바꾸라”고 했다. 양으로 소를 대신한다는 이양역지(以羊易之) 이야기다. 맹자는 왕에게 “눈물 흘리는 소만 봤지 양은 못 보셨군요. 소는 불쌍하고 양은 불쌍하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왕은 제대로 답을 못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불쌍히 여기고 그렇지 않으면 측은지심을 못 느끼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명맥을 유지했던 개고기가 개 식용 금지법 공포로 2027년부터 사라지게 된 데는 반려견 문화 확산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개고기가 사라진다고 보..

마늘 흉작

문화일보 [오후여담]  2024-05-24이철호 논설고문  19세기 쌀이 주식인 아시아에선 각기병으로 수백만 명씩 죽어 나갔다. 영국 식민지였던 스리랑카가 대표적이었다. 쌀을 찧는 편리한 증기 방앗간이 도입되면서 두드러졌다. 그 전에는 도정하지 않은 현미를 먹다가 백미를 먹는 바람에 쌀겨 속의 티아민 섭취가 부족해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100년 넘게 영문을 몰랐다. 20세기 초 네덜란드 군의관이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면서 비밀이 풀렸다. 백미를 먹고 쩔뚝거리던 닭이, 주인이 현미를 주자 멀쩡하게 걸어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자바섬 교도소를 조사한 결과도 놀라웠다. 백미를 먹은 죄수들의 각기병 발병률이 현미를 먹은 쪽보다 300배나 높았다.1911년 폴란드 화학자인 캐시미어 풍크가 쌀겨..

마지막 문자 ‘여보 사랑해’

조선일보 [만물상] 2024. 03. 22 김태훈 논설위원 마종기 시인의 대표작 ‘바람의 말’에는 사별한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병상의 남자가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이 시를 쪽지에 적어 아내 손에 쥐여 주었다.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중략)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이 되어 아내 곁에 머물겠다는 맹세를 읽은 아내는 남편을 떠나보낸 뒤 시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가 그리울 때면 늘 이 시를 읽습니다. 그러면 어디에 있다가도 내 남편은 내 옆에 다시 와 줍니다. 이 시가 내게 살아갈 힘을 줍니다.’ ▶숱한 사고 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도 ‘사랑한다’는 문자를 ..

다큐 영화 '건국전쟁'이 밝히는 이승만의 진실

조선일보 2024.02.06 유석재 기자 6·25 때 도망? 이승만, 美대사 앞에서 "인민군 쏘고 날 쏘겠다" 망명 거절 다큐 영화 '건국전쟁'은 전문가 인터뷰와 사료 분석을 통해 그동안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사람들이 지니고 있었던 오해를 걷어내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다큐가 밝히는 이승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짚어 본다. ①분단의 책임자였다?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은 1945년 8~9월 38선 남북의 통행과 통신·우편을 차단했다. 스탈린은 9월 20일 북한 주둔 소련군 사령관 슈킨에게 '한반도 북부에 소련의 이익을 영구히 구축할 정권을 수립하라 '고 지령을 내렸다. 아직 이승만이 귀국하기도 전의 일이었다. 이에 따라 1946년 2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라는 사실상의 정부가 들어서 토지 국유..

제설(除雪) ‘화학전’, 이대로 좋은가

조선일보 2024. 01. 22 [朝鮮칼럼]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염화칼슘 등 제설제 과다 사용 토양 염분 높여 가로수 생장 방해 도로 부식·차량 훼손 부작용도 장기적으로는 생태계 교란 빠르고 편한 방법만이 능사 아냐 친환경 제설제 사용 늘리고 도로 열선 더 깔아야 함께 눈 치우는 공동체 의식도 필요 얼마 전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서울 강북 쪽 산자락 빌라에 사는 나는 평소 눈 내리는 날씨에 예민한 편이다. 그날도 눈이 제법 쌓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빗자루와 삽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마침 이웃에 사는 30대 젊은이가 동참했는데, 그는 빌라 입구 제설함에 담긴 염화칼슘을 아낌없이 살포하는 방식을 택했다. 힘도 덜 들어 보였고 시간도 절약되는 듯했다. 그날 나는 제설(除雪) 장비에 관련..

"분단 70년 … 北 암흑, 南 불야성"

머스크는 이날 ‘밤과 낮의 차이(Night and day difference)’라는 글과 함께, 남한과 북한의 야간 위성사진을 게시했다. 환한 조명으로 불야성을 이룬 남한과 불빛 하나 없이 어둠에 파묻힌 북한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머스크는 사진을 올리면서 “미친 아이디어: 한 나라를 반은 자본주의, 반은 공산주의로 쪼개 70년 뒤 확인해 보자”고 말했다. 6.25 전쟁 이후 70년 만에 확연하게 달라진 남·북한의 모습을 말한 것이다. [이데일리 2023. 12. 31, 홍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