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하면 개나리·진달래·벚꽃? 노루귀·얼레지·처녀치마도 있어요
[조선일보] 2016. 3. 3(목)
(시계방향) 노루귀. 얼레지. 처녀치마. 깽깽이풀. 히어리. 변산바람꽃.
봄꽃 하면 개나리·진달래, 매화·벚꽃, 목련 같은 꽃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런 꽃들이 필 즈음, 혹은 그전부터 가까운 산에만 가도 노루귀·얼레지·처녀치마 등 다양한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
노루귀는 변산바람꽃과 함께 새봄을 알리는 꽃이다. 3~4월 전국적으로 피기 때문에 지금쯤 서울 주변 천마산, 화야산, 수리산 등에 가면 볼 수 있다. 잎이 나기 전에 먼저 꽃줄기가 올라와 끝마다 앙증맞은 꽃이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핀다. 꽃 색은 흰색, 분홍색, 보라색 등 다양하다. 꽃자루에 달린 하얀 솜털이 특히 예쁘다. 꽃이 진 다음 잎이 깔때기처럼 말려서 나오는데, 이 잎이 꼭 노루의 귀 같다고 노루귀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였다.
얼레지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꽃이다. 이름도 특이한 데다 꽃 생김새도 꽃잎을 뒤로 확 젖힌 것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 꽃대가 올라오면서 자주색 꽃 1개가 아래를 향해 핀다. 얼레지라는 이름은 녹색 이파리 여기저기에 자줏빛 얼룩이 있어서 붙은 것이다. 얼레지가 꽃잎을 확 젖히는 이유는 곤충들에게 꿀이 많다고 광고하기 위한 것이다. 얼레지에 대해 김훈은 한 소설에서 '꽃잎을 뒤로 활짝 젖히고 암술이 늘어진 성기의 안쪽을 당돌하게도 열어 보였다'고 표현했고,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책 '한국의 야생화'에서 '산골의 수줍은 처녀치고는 파격적인 개방'이라고 했다.
처녀치마는 전국 산지에서 자라는 백합과 식물이다. 주로 습지와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데 경사진 언덕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직 찬바람이 쌀쌀한 초봄에 낙엽이 쌓인 산을 지나다 처녀치마를 발견하면 신비로운 빛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처녀치마라는 이름이 잎 때문인지, 꽃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뭉쳐나는 꽃잎도 요즘 젊은 아가씨들이 입는 미니스커트 같이 생겼고, 잎도 치마 모양을 닮았다. 꽃은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줄기 끝에서 3~10개 정도가 뭉쳐 달린다. 꽃잎 밖으로는 긴 암술대가 나와 있다. 꽃이 필 때 꽃대는 10㎝ 정도로 작지만, 수정을 한 다음에는 꽃대 길이가 50㎝ 정도까지 훌쩍 크는 특이한 꽃이다. 수정한 다음 꽃대를 높게 하는 것은 꽃씨를 조금이라도 멀리 퍼트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변산바람꽃, 노란 히어리, 연보랏빛 깽깽이풀도 귀여운 봄 야생화들이다.
변산바람꽃은 봄꽃 중에서도 가장 빠른 2월 중순쯤부터 피는 꽃이다. 아직 찬바람이 쌩쌩한 때 피는데, 꽃대가 연약해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린다. 꽃이 흰색이지만 수줍음을 타듯 홍조를 띤 것도 있다.
히어리, 깽깽이풀도 한 번만 보면 반할 정도로 예쁘다. 히어리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나무 전체가 노란색 꽃으로 물든 것을 보면 봄이 온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깽깽이풀은 산 중턱 아래에서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특히 연보라 꽃 색깔이 환상적이다. 이 꽃들을 초보자가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피는 곳을 미리 검색해보거나 가까운 수목원·식물원을 찾는 게 좋다.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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