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8(월)
혼자
대전에 잠시 머무는 중 계룡산 산행에 나선다. 은선폭포, 남매탑 등의 산책로는 몇 차례 가보았지만 종주 산행은 처음이다. 설렘과 기대를 안고 명산 계룡산으로 향한다.
계룡산은 대전에서 가갑지만 공주 땅이다. 갑사는 말할 것도 없고 삼불봉이나 남매탑도 모두 공주에 속한다. 대전에서 동학사 행 버스를 타면 시외요금이 더 붙는다. 그러나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코스는 동학사쪽이다. 그중에도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동학사입구에서 바로 남매봉으로 오르는 천정골 코스이다.
동학사코스도 동학사를 오를 때 보느냐 하산할 때 보느냐에 따라 느끼는 강도는 크게 다른데, 관음사를 먼저 들러 관음봉과 삼불봉을 거쳐 동학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흔히 '지옥 코스'라 얘기한다. 특히 관음봉 바로 아래 구간은 악명 높은 치악산 사다리병창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산행은 동학사를 하산코스에 넣는 소위 '천당 코스'이다.
□ 동학사 - 큰배재 - 남매탑 - 삼불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9.3km, 4시간 반)
[갈 때] KAIST 앞에서 [104]번를 타고, 덕명네거리에서 [107]번 버스로 환승하면 동학사까지 들어간다.
[올 때] 갈 때의 역순
동학사 입구 '동학식당' 옆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동학사 입장료도 아낄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들머리이다.
들머리에서 200m 올라가면 '천정골탐방센터'이다.
등산로는 왼편에 계곡을 계속 끼고 오르게 된다.
이 계단을 마저 오르면 큰배재이다.
큰배재는 장군봉 갈림길이면서 남매봉까지 0.5km를 남겨둔 고개
가쁜 숨을 고르고 다시 오른다.
계룡산의 아이콘 중 하나인 남매탑이다. 왼쪽 오층석탑이 누이, 오른쪽 칠층석탑이 오라비탑이다.
이상보의 수필 '갑사로 가는 길'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건너편에는 상원암이 있다.
[신라 선덕여왕 원년, 이곳에 움막을 치고 수도하던 상원 대사가 목에 가시가 걸린 호랑이를 구해 준다.
호랑이는 은혜의 보답으로 한 처녀를 물어다 놓고 사라진다.
스님은 처녀를 정성껏 보살피고 마을로 돌려보내려 했으나 폭설이 길을 막는다.
이듬해 봄 스님은 처녀를 고향에 데려갔으나 연모의 정이 깊어진 처녀는 부부의 연을 애원한다.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던 스님은 의남매를 맺고 도를 닦았다]
삼불봉도 지척이다.
삼불봉까지는 심한 오르막이 발걸음을 잡아 끈다.
금잔디고개와 갑사로 갈라지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우회로는 삼불봉을 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어디나 절경은 그냥 보여주는 법이 아닌가 보다.
삼불봉으로 오르며 뒤돌아본 장군봉 일대의 산줄기
드디어 삼불봉이다.
서로 찍어주기 품앗이
오늘 산행의 백미 '자연성릉'이다. 삼불봉에서 관음봉 방향으로 2km 가까운 아찔한 암릉이 펼쳐진 구간이다. 자연성릉 너머로 천황봉, 쌀개봉, 관음봉 연천봉 등이 불끈 솟았다. 사람들은 바로 이 장면에서 '닭 벼슬을 용'을 떠올렸던 듯하다. 천황봉은 군사시설로 막혀있고 관음봉이 실질적인 주봉의 역할을 한다.
천황봉에서 남동으로 뻗어내린 능선
거침없는 풍광에 매료되어 10여분이 넘게 머문다.
삼불봉 일원에는 가을이 성큼 다가서 있었다.
'금잔디고개' 갈림길
자연성릉과 천황봉 줄기에서 흘러내린 골의 풍광이 압권이다.
고루게 접힌 주름치마를 펼쳐놓은 듯하다.
자연성릉을 걸으며 뒤돌아본 삼불봉이다. 바위 봉우리가 마치 세 부처님 형상이라고 한다.
관음봉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연성릉 구간 마지막에서 400개에 달하는 직벽계단을 숨이 차도록 올라야 한다.
주중이라 관음봉 정자도 비어 있다.
정상석도 튀지 않고 자연에 어울린다.
관음봉에서 내려다 보는 용트림 '자연성릉'
남쪽 산줄기의 갈 수 없는 천황봉과 쌀개봉
'조선의 종말'을 예언한 암각 글씨가 있다는 연천봉은 다음 기회로 남겨두고..
다시 동학사로 내려갈 것이다.
연천봉고개 갈림길에서 연천봉의 유혹을 뿌리치고 동학사로 내려간다.
관음봉에서 동학사 방향으로 내려서면 곧 너덜지대가 시작되고 전망도 사라진다.
자연성릉을 아쉬워 하며..
너덜지대로 내려선다. 소위 계룡산 '마의 코스'이다.
계단이 놓였다고는 하나 비탈을 내려가는 것이 만만하지 않다. 이 구간을 거슬러 오른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급경사 구간이 끝나는 지점에 은선폭포가 있다.
옛날에 신선들이 숨어서 놀았다고 '은선폭포'
계룡산에서 두 번째 봉우리이다.
능선의 움푹 들어간 곳이 디딜방아의 쌀개와 닮았다.
동학사를 거쳐 원점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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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은 신라시대에는 묘향산, 지리산, 태백산, 팔공산과 함께 동 서 남 북 중 5악 가운데 서악이었다.
조선 때에는 묘향산, 지리산과 함께 3악 가운데 중악이었다.
오늘 그 계룡산이 실로 명산임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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