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의 저주'와 과욕
문화일보 [오후여담]
2014. 8. 28(木) 박학용/논설위원
얼마전 중국이 올해 미국을 딛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구매력 기준)으로 우뚝 설 것이라는 세계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이 전망대로라면 미국이 142년 만에 세계 경제의 '왕좌'를 내주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미국 추월 시점을 2019년으로 봤었다.
각국의 경제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가 ‘마천루(摩天樓) 건설’ 현황이다. 마천루는 통상높이150m(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지칭한다.
미 고층건물도시주거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미국엔 533개, 중국엔 470개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중국은 현재 332개의 마천루를 건설중이어서 5년 후면 800개를 넘어선다. 2022년엔 1318개에 달해 536개에 그칠 미국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아진다. 10년 동안 마천루 건설에만 280조5000억 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중국의 '층 높이기 경쟁'도 유별나다. 현재 세계 최고의 마천루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부르즈 할리파(828m·163층)다. 이 기록을 깨기 위해 위안다(遠大)그룹이 창사(長沙)에 838m(220층)의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중국의 마천루 건설 바람은 리커창 총리가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도시화를 주창하면서 더 거세지고 있다.
초고층 건물 운운할 때 늘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다. 도이치방크 소속 앤드루 로렌스가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15년 전 내놓은 가설이다. 초고층건물은 호황기에 건설되지만 완공될 즈음 불황기에 접어들어 건축주들이 곤욕을 치른다는 내용이다.
일례로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m·102층)이 완공된 1931년 대공황이 본격화했다.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 임시 개장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시가 개장조건으로 내건 지하도로 건설안도 전격 수용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싱크홀 논란, 안전 문제 등을 들며 조기 개장에 반대하고 있다.
호사가들은 제2롯데월드가 완공도 채 되기 전에 마천루의 저주에 걸렸다며 야단들이다.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생전에 직접 마무리짓고 싶어 하는 숙원 사업'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고관절 수술 이후 외부활동을 자제하라는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최근 두 차례나 제2롯데월드를 방문했다고 한다. 2년여 후 지어질 이 건물이 '저주의 희생자'가 될지 여부는 롯데 측이 얼마나 과욕을 자제하느냐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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