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남편'
[조선일보 2016. 5. 23 '만물상']
영화 '대부(代父)'에서 마피아 보스 돈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랜도)의 권력을 이어받은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에게 아내가 "코니(시누이)의 남편을 당신이 죽였다는 말이 사실이냐"고 다그친다.
남편은 차갑게 "아니!"라고 거짓말한다. 아내는 일단 의심을 누그러뜨린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거친 암흑세계를 이끌어갈 남편이 앞으로 얼마나 많이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넘나들까를 예고하는 것처럼 들린다.
'남편의 거짓말'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다.
▶몇 년 전 한 교육 관련 사이트에서 만우절을 맞아 설문조사를 했다.
남편이 가장 자주 하는 거짓말 1위는 "오늘 일찍 들어갈게'였다. 2등은 "나 이제 술·담배 끊고 운동해서 살 뺄 거야", 3등은 "딱 한 잔밖에 안 했어"였다.
반면 아내의 거짓말 1등은 "이거 싸게 주고 산 거야"였다. 2등은 "화 안 낼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봐", 이어 "돈 안 벌어도 돼. 건강만 해"였다.
▶다음소프트가 지난 3년 인터넷에 올라온 글 5억3000만건을 분석해보니 가장 믿지 못할 사람이 '남편'이었다고 한다.
"남편이 멀리 사는 친구들 만난다고 외박했는데, 그냥 술 마시면 카드로 쓸 텐데 현금 뽑은 걸 보니 의심은 가는데 확실한 증거가 없네요"
"(돈이 없어져서) 남편 의심했는데 작은 방 쓰레기통에서 찾았어요. 범인은 울 아기였네요."
근거가 있든 없든 '의심' 또는 '못 믿겠다'는 말과 함께 가장 자주 등장한 사람이 남편이었다.
▶인터넷에서 '남편'과 '거짓말'을 검색어로 넣었더니 관련 상품으로 초소형 녹음기와 거짓말 탐지기가 뜬다. 아내나 부인을 검색어로 넣을 땐 이런 광고가 뜨지 않는다.
한 여성지는 남편의 습관적인 거짓말에 대처하는 법으로 '메모의 생활화'를 든다. 남편이 외박하거나 늦게 들어온 날 대는 이유를 메모해 놓으면 남편 기억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 들통이 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남편이 의심 대상 1등인 동시에 신뢰받는 사람 3등이란 점이다.
다음소프트 조사에서 거짓말쟁이 2등에 오른 '엄마'도 비슷하다. 엄마는 "대학 가면 키 크고 살 빠져"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줄게" 같은 거짓말을 수도 없이 한다. 그래도 가장 좋은 사람이란 위치를 놓치지 않는다. 존재감과 의존도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수억 건의 데이터 속에서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남편'에 대한 언급이 많다는 건 가족의 기대와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일 것이다. 옆집 아저씨라면 뭘 한들 인터넷에 글 올리며 관심을 보일 리가 없지 않은가.
(강인선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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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못믿는 사람은 '남편'…엄마는 '거짓말쟁이' 2위
[조선닷컴 2016.05.20]
/다음소프트 제공
한국인이 가장 못 믿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라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음소프트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한국인이 신뢰하는 인물 톱 10’ 자료를 20일 열린 소비자심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했다.
이번 빅데이터는 최근 3년 5개월간 국내 인터넷 블로그와 커뮤니티에 올라온 5억3000만 건의 글을 토대로 추출한 정보다.
자료에 따르면 ‘의심되는 사람 톱 10’의 1위는 ‘남편’이 차지했다. 반면 ‘아내’는 10위권 내에 들지 않았다.
‘남편’뿐 아니라 ‘아빠’도 8위에 올랐다. 결혼한 한국 성인남성은 아내와 자식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못 믿겠다는 ‘남편’에 이어 의심되는 사람은 ‘친구(2위)’와 ‘직원(3위)’이었다. 전문직 종사자 중에는 유일하게 ‘의사(6위)’만 10위권에 들었다.
이어 ‘거짓말쟁이 톱 10’에서는 ‘엄마’가 2위를 차지했다. ‘대학 가면 예뻐진다’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 줄게’ 등의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다음소프트 측은 전했다. 이 부문 1위는 ‘친구’였고, ‘남편’은 여기서도 3위에 올랐다.
다음소프트 측은 “‘의심되는 사람’이나 ‘거짓말쟁이’ 톱 10에 ‘남편’은 물론 ‘아빠’ ‘아들’ ‘아이’ ‘가족’ 등이 고루 들어있어 한국인의 가족 간 신뢰가 흔들리는 양상을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신뢰’ ‘믿다’라는 단어 사용이 3년 5개월 사이에 줄어드는 추이를 보였는데, 이는 한국사회의 불신이 갈수록 증가하는 단면을 드러낸다”고 밝혔다.<이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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