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대륙 넘어 이동한다
[조선일보] 2016. 3. 3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철새처럼 철 따라 7000㎞ 비행
국내 잠자리도 동남아서 온 것
황제나비는 가장 먼 거리를 비행하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이 되면 미국 북부와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40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한다. 이듬해 봄이 되면 멕시코에서 태어난 후손들이 다시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과학자들이 황제나비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을 찾아냈다. 바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된장잠자리이다.
미국 럿거스대 제시카 웨어 교수 연구진은 2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된장잠자리가 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까지 70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을에 쉽게 볼 수 있는 된장잠자리는 무려 70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계의 장거리 비행 챔피언’으로 드러났다.
/미 럿거스대 제공
몸길이가 3~4㎝인 된장잠지라는 가을에 쉽게 볼 수 있다. 몸 빛깔이 된장처럼 노랗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해마다 볼 수 있어 국내 자생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매년 가을 동남아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찾아오는 손님이다.
웨어 교수팀이 장거리 비행의 증거로 제시한 것은 된장잠자리의 유전자이다. 연구진은 미국 텍사스주, 캐나다 동부, 일본, 한국, 인도, 남미 등에서 된장잠자리를 채집했다.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거의 같은 형태였다. 같은 종(種)이라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각자 정착하면 유전자가 달라진다. 전 세계 곳곳에 있는 된장잠자리의 유전자가 같다면 결국 똑같은 잠자리 집단이 지금도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을 이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즉 세계 곳곳의 된장잠자리는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다른 곳에 정착한 이민 2세, 3세가 아니라 잠시 머물렀다 이동하기를 반복하는 여행객과 같다는 말이다. 앞서 연구진은 인도에 살던 된장잠자리가 건기(乾期)가 되면 인도양을 넘어 우기(雨期)의 아프리카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에 잠자리의 여행 경로가 아메리카 대륙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연구진은 "잠자리가 날개를 펴 바람을 타고 마치 글라이더처럼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동 중에 물을 만나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깬 애벌레가 수주 후 어른 잠자리가 되면 다시 이동을 한다. 대(代)를 이어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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