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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와 온난화 [조선일보/만물상]

산넘고 물건너 2016. 1. 21. 19:55

강추위와 온난화

[만물상] 조선일보 2016. 1. 21

 

1972년 서유럽 정치인·경제학자·과학자가 모인 연구 기관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자원과 환경은 유한하지 않으며 100년 안에 성장 한계에 다다르고 사회 시스템이 붕괴한다는 내용이었다. 화석 에너지를 지나치게 쓰면서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기후가 변한다는 전망도 이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 지구온난화는 전 지구적인 과제다.

 


▶태양열은 지표면에 닿은 뒤 다시 우주로 빠져나간다. 그 열을 대기 중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붙잡는다. 지구가 온도를 유지하는 원리다. 이런 자연의 원리를 깬 것은 인간이다. 공장과 자동차, 가축이 내뿜는 메탄을 비롯해 온실가스가 늘어나면서 지구에 남아 있는 열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19세기 말 2차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02도 올랐다.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사기극이라는 의견도 있긴 하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센터의 윌리 순 박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환경 단체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온이 오르는 것은 태양 활동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순 박사의 연구비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유 업체들이 대줬다. 지난 10년간 발표된 온난화 관련 논문 중에 인간의 영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고작 3%였다.

 

▶지구온난화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그 결과로 일어나는 기후 변화는 복잡하다. 중남미 바닷물이 일시적으로 따뜻해지는 엘니뇨는 원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러던 게 따뜻해진 지구 기온과 맞물려 전 세계 바다로 확산되고 있다. 때아닌 허리케인이나 국지적 폭우가 닥치기도 한다. 전 세계 바다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 바다도 엘니뇨의 영향을 받는다.

 

▶이번 주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극 공기를 가두고 있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영하 50~60도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왔다는 얘기다. 온난화가 문제라면서 한파라니 언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기후가 괴팍하게 변해 가고 있다는 의미다. 기상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형적인 겨울 날씨 삼한사온도 옛말이 됐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0년 전보다 불과 1도 올랐다고 무시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오르면 어느 날 무슨 혹한이 올지, 아니면 어떤 견디기 힘든 더위가 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박건형 논설위원, 김도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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