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저것·하간 것/이것저것

겸재 정선 '금강전도'

산넘고 물건너 2015. 8. 21. 13:25

    정선,〈금강전도〉1734, 조선, 종이에 수묵담채, 130.6×94㎝, 국보 217호.  삼성미술관 리움

 

겸재 정선이 금강산 전체를 그린 그림이다. 어떻게 사람의 눈으로 저 많은 산봉우리 전체를 한눈에 들어오게 그릴 수 있었을까? 게다가 이 그림은 화가가 만58세 되던 무렵에 그린 것이어서, 금강산을 다녀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라고 한다.

그림 오른쪽 위 시제에는 '발로 밟아 두루 다녀본다 해도, 어디 베갯머리에서 마음껏 보는 것만 하겠는가' 라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방에 앉아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금강산을 그린 것이다.

겸재는 평생 여러 차례 금강산 일대를 돌아다녔고 100여 폭에 이르는 금강산을 그렸다. 그는 마음으로 금강산 전체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萬二千峯皆骨山 일만 이천 봉 겨울 금강산의 드러나 뼈를

何人用意寫眞顔 누가 뜻을 써서 그 참모습 그려 내리

衆香浮動扶桑外 뭇 향기는 동해 끝 해 솟는 나무까지 떠 날리고

積氣雄蟠世界間 쌓인 기운 웅혼하게 온 누리에 서렸구나

幾朶芙蓉揚素彩 암봉은 몇 송이 연꽃인양 흰빛을 드날리고

半林松栢隱玄關 반쪽 숲에는 소나무 잣나무가 현묘한 도의 문을 가렸어라

從今脚踏須今遍 설령 내 발로 밟아 보자 한들 이제 다시 두루 걸어야 할 터

爭似枕邊看不慳 그 어찌 베갯맡에 기대어 실컷 봄만 같으리오

[출처: 조선일보 2015. 8. 21(이주은, 건국대)/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2009 월간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