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오후여담, 2019. 6. 17]
<이미숙 논설위원>
6·25를 맞을 때마다 전쟁의 비극을 새삼 떠올리지만 69주년인 올 6·25의 감회는 예년과 다르다.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이 진행되면서 당시 치열했던 접전 상황을 유해와 유품을 통해 엿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는 6·25 최대격전지였던 백마고지의 남서쪽 3㎞ 지점에 있는데 지형이 화살머리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빼앗기면 철의 삼각지대로 불리는 평강·철원·김화 보급로 차단 위험이 커 6·25전쟁 내내 국군·미군 대 중국군 간 뺏고 뺏기는 혈투가 지속됐다.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남방 한계선 지역에 있는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현장을 지난 4일 관훈클럽 답사단과 찾았을 때, 능선 위 흙구덩이 안의 국군 유해와 함께 허공을 향해 있는 녹슨 M1 소총이 눈에 띄었다. 발굴팀장은 유해 옆에서 수류탄 안전핀이 발견된 점을 들어 “멀리서 다가오는 적을 향해 수류탄을 투척한 뒤 총을 쏘려다 적의 포격으로 산화한 국군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발굴팀은 지난 4월 이후 유해 67구와 3만여 점의 유품을 발굴, 감식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장의 유품 전시실에는 23발의 총흔이 있는 수통과 총알이 관통한 녹슨 철모, 중국군이 사용한 방독면 등도 있어 당시의 격전을 떠올리게 한다.
화살머리고지 전투에서는 국군 200명과 미군·프랑스군 100여 명, 북한군·중국군도 3000여 명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패배 지역인 탓인지 9·19 합의에도 불구, 발굴 작업을 시작도 안 했다.
중국은 화웨이 사태 후 6·25 당시의 상감령 전투 정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부르짖고 있다. 상감령 전투는 휴전협정을 앞두고 1952년 10∼11월 철원군 오성산의 저격능선과 삼각고지에서 벌어진 전투의 중국식 명칭이다. 그러나 미군과 싸워 이겼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은 가짜뉴스다. 저격능선 전투는 국군이, 삼각고지 전투는 중국군이 점령한 채 끝났지만, 두 전투에서 국군은 4000명, 중국군은 1만4000명 희생됐다. 반면 화살머리고지 전투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총을 놓지 않은 국군 유해가 말해주듯 우리가 사수한 전투다.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생존할 수 있었다.
중국이 가짜 상감령 정신으로 반미·반한 여론을 부추긴다면 우리는 진짜 ‘화살머리’ 정신으로 자유 진영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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