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1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정지용(1902~1950)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처럼 넓이와 깊이를 통해 표현한 경우는 드물다. 그리워하는 마음을 호수에 빗대는 순간 그러한 마음의 부피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간절해진다. 작은 두 손으로 얼굴 전체를 감쌀 수는 있지만, 마음만은 무엇으로도 덮거나 가릴 수 없다. 그리하여 화자는 스스로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 행위를 통해 그 보고 싶은 마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 계량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짧은 시이지만 이 시를 거듭해서 읽을수록 내부는 무한해진다.
정지용의 시어는 섬세하고 선명하고 매우 감각적이다. 정지용의 고향 옥천에서는 시인을 기리는 지용제가 열리고 있다. (문태준 시인)
[출처: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 201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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