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저것·하간 것/이것저것

70년 전 전쟁 속 새해 인사

산넘고 물건너 2023. 12. 30. 09:02

조선일보 2023. 12. 30(토)

 

1951년 12월 14일 강원 금성 지구에 모인 미국 미주리주 출신 병사들이 새해 인사 'Happy New Year from Korea 1952'가 적힌 글자판을 들고 있다

 

세 가지가 특별했다. 내일의 생사조차 가늠할 수 없는 전쟁터에서 새해 인사를 한다는 점이 그랬다.

사진에서 나는 이렇게 건강하니 안심하세요. 내년엔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라는 열망이 묻어났다.

둘째, 다들 밝은 표정인데 ‘Happy’ 글자판을 든 병사만 불행해 보였다. 집단이 한 가지 목표로 뭉쳐 있더라도 어떤 구성원은 비관하고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는 사례였다.

마지막으로, 70여 년이 지난 그 새해 인사가 지금 여기에도 어떤 울림을 준다는 게 흥미로웠다.

한국이라는 땅, 한미 동맹 70, 새해라는 발명품이 전쟁 속 그들과 평화 속 우리를 연결하고 있었다.

출발점이던 저 폐허, 헌신과 희생, 삶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뒤섞였다. 무사히 귀국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생존해 있다면 모두 아흔 살이 넘었을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그들에게 새해 인사를 띄운다. "Happy New Year from Korea 2024"

<박돈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