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23. 07. 10
[오후여담] 복날의 보양식
박민 논설위원
내일은 초복(初伏)이다.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로부터 세 번째 경일이 초복이다.
경일이란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등 천간(십간) 가운데 ‘경’이 들어가는 날로 10일에 한 번씩 돌아온다. 중복(中伏·7월 21일)은 하지로부터 네 번째 경일이다. 그러나 말복(末伏·8월 10일)은 입추(立秋) 후 첫 번째 경일이어서 중복과 말복 사이는 20일 만에 오기도 한다.
경일을 복날로 삼은 것은 가을을 상징하는 경일을 복날로 정해 더위를 극복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습의 복(伏) 자를 사용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가을철 서늘한 기운이
여름의 더운 기운에 제압당해 세 번 복종한다는 뜻으로 삼복(三伏)이 정해졌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일 년 중 가장 더운 때를 ‘개의 날(Dog days)’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북반구의 한여름에 큰개자리 시리우스성이 태양에 근접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진(秦) 덕공 2년(기원전 676년) 처음 복날을 만들어 개를 잡아 열독(熱毒)을 다스렸다. 이열치열이다.
동의보감도 개고기를 화(火)의 기운이 가장 강한 음식으로 꼽았다. 다음이 닭고기인데, 화의 기운이 개고기에 미치지 못해 화의 기운이 가장 강한 인삼을 더해 삼계탕을 만들었다. 마늘도 화 기운이 강해 닭고기와 어울린다. 그러나 개고기와는 합이 맞지 않는다. 보신탕집에서 마늘 대신 양파를 주는 이유다.
일본에서도 토용축일(土用丑日)이라는 풍습이 있다. 토용이란 계절이 바뀌는 입춘, 입하, 입추, 입동 직전 18일간을 의미한다. 입추 전 토용에는 장어를 먹는다.
올해는 이른 폭염으로 닭고기 등 보양식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물가로 집에서 보양식을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어 한 전자상거래 업체의 생닭 판매는 무려 1489%나 증가했고 또 다른 업체의 삼계탕 간편식 매출도 289% 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신체 활동이 많이 줄었고 영양 과잉이 문제가 되는 만큼 여전히 동물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필요한지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더구나 지난 6월 기준 닭고기 소매 가격과 삼계탕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고 하니 올해부터 복날 보양식으로 저지방 고단백의 생선과 제철 과일을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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