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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지능

산넘고 물건너 2023. 6. 19. 10:14

문화일보 2023-06-16
[오후여담] 까마귀의 습격
 

까마귀는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동물이다. 훈련을 하면  6∼7세 아이의 지능을 보인다고 한다. 도구 제작이나 문제 해결 능력에서는 돌고래나 침팬지를 능가한다.
영국에서 병 속의 물 위에 떠 있는 곤충을 먹게 하는 실험을 했는데 까마귀는 주변 돌을 병에 넣어 수위를 높인 다음 곤충을 먹었다. 크기가 같은 석고 블록과 스티로폼 블록을 제공하자 물에 뜨는 스티로폼 블록은 무시하고 석고 블록만 병에 집어넣었다. ‘베티’라는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철사를 구부려 갈고리를 만든 뒤 통 속의 먹이를 꺼내 먹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부리까마귀도 대단히 영리하다. 껍데기가 단단한 호두가 생기면 건널목에 정차한 자동차 바퀴 앞에 호두를 놓아두었다가 자동차가 지나간 후에 부서진 껍데기 사이의 알맹이를 먹는다. 특히,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려와 먹는다.
 
머리가 좋다 보니 도움을 받으면 보답을 한다. 다친 까마귀를 치료해준 사람에게 날아와 애교를 부리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반짝이를 선물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 공격 받는 것으로 알고 주변 사람을 공격한다. 반면, 위협을 느끼거나 위해를 가한 사람에게는 보복을 한다. 수잔 매카시의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동물의 세계’에는 까마귀에게 테러를 당한 조류학자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오리건에서 절벽에 있는 까마귀 둥지 속 새끼를 관찰하고 내려오던 조류학자에게 까마귀들이 골프공 크기의 돌을 7개나 던져 결국 다리를 맞혔다고 한다.
 
최근 도심에서 사람들이 까마귀의 습격을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지난달 23일 행인이 까마귀에게 머리를 쪼여 119구급대에 실려 갔다. 부산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러 간 아파트 주민이 까마귀 3마리의 공격을 받고 도망가다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한 사람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 까마귀들이 도심의 쓰레기 수거장에서 먹이를 찾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서식지 경쟁 대상자로 간주했을 수도 있다. 까마귀는 높은 사회성과 협동성을 보여 웬만한 맹금류들도 맞서지 않고 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5∼6월은 새끼를 기르는 시기로 공격성이 높아지는 만큼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박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