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신규 박사를 아시나요?
[문화일보 2015. 4. 3(金)] <오후여담 >
박학용 / 논설위원
이틀 후면 70번째 식목일이다. 관련 통계들을 들춰 보다 우리나라 산림 현황에 대한 선입견이 단번에 무너져 내렸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산은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었다. 과문한지라 산림부문 국가 경쟁력도 아직까진 변변치 않을 것으로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의외였다.
우선, 국토 대비 산림 면적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6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숲이 많은 나라다. 전 세계 188개국 중에선 20번째다. 독일(31.6%), 프랑스(29.3%)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산림 비율도 우리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산림의 무성한 정도를 나타내는 ‘산림 ㏊당 임목(林木) 축적’도 125.6㎡로 OECD 국가 평균치(121.4㎡)보다 많다.
세계적인 임목육종 학자가 한국에도 있다는 사실은 언제 들어도 새롭다. 고(故) 현신규(1911∼1986)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나무 영웅’으로도 불리는 그는 6·25전쟁 등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울창하게 바꿔놓은 주역이다. 그의 대표적 업적은 리기테다소나무 개발이다.
리기테다소나무는 서울대 농과대학 교수로 있던 그가 1950년대 초 미국 연수 시절 리기다소나무 암꽃과 테다소나무 꽃가루를 교배해 수백 개의 종자를 만든 후 국내로 들여와 개량한 나무. 두 나무의 장점만 물려받아 추위에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미국인들은 ‘경이로운 나무(Wonder Tree)’라고도 부른다.
수입종 은백양에 토종 수원사시나무를 교잡해 개량한 잡종 포플러 은수원사시나무도 그의 걸작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의 성(姓)을 따 ‘현사시나무’라는 별칭을 붙여줬을 정도다. 빨리 자라는 데다 짙은 그늘을 만들고 오염에 견디는 힘이 강해 지금도 가로수종으로 인기다.
한국 최초의 임학박사이기도 한 그는 정부가 선정한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4월 5일이 식목일로 정해진 유래도 흥미롭다. 이날이 조선 성종이 선농단에 제사를 올리고 뽕나무밭을 직접 가꾸기도 한 날이라는 이야기는 제법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날이 신라 문무왕이 8년간의 전쟁 끝에 당나라를 물리치고 삼국통일을 이룬 ‘승전기념일’로, 이 또한 기원이 됐다는 사실은 생소하다. 이번 식목일엔 나무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이런 ‘특별난’ 기록들을 음미하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